여자여서 슬픈 동물

박근혜 정부가 욕을 과하게 먹는 이유는 다른 아닌 위기대처능력결여 때문이다. 세월호와 메르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대형재난사태에 대해 '일사분란'하다거나 '스피디한 처리'를 한다거나 '최소한 열심히 하는 모습'등의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스템에 의한 업무처리보다는 상명하달식 업무에 익숙하며, 업무의 중요도나 난이도를 실제 이슈의 비중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이 정해주는 중요도에 따라 다루는 것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이러한 성향들은 특히 군대식 문화에 익숙한 남자들에게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각자 맡은 일을 추진해오다가도, 윗사람이 바뀌면 자기가 나름 중요하게 맡았던 업무들을 내던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갑자기 위에서 긴급지시가 떨어지면 만사 제쳐두고 호들갑을 떨면서까지 '위기다', '긴급상황이다', '비상상황이다'하며 수명업무에 몰입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자 구성원들의 반응은 조금 다른데, 위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수명업무에 대해 일차적으로 반감을 겉으로 드러내며,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티를 낸다거나 기존에 자신이 소신있게 추진해오던 업무들을 더 비중있게 처리한다거나 하는 등 '계획적이고 치밀한 업무'에 더 몰입도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대기업에서는 '소위 생색내기 업무'에 더 역량을 보이는 남자들이 간부승진에 조금 더 유리하지만, 프로젝트 단위로 처음 계획 단계부터 끝까지 전문성을 가지고 업무를 밀고 나가는 에이전시 업무에서는 여성 스타 PM들이 종종 등장한다.

한편, 여자들도 '위기상황'에 초인적인 힘으로 적극대처하는 모습이 가끔 나타나기도 하는데 '나와 내 구성원의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에 그러하다. 엄마인데 가정의 건강에 위험이 닥쳤거나, 조직장인데 조직의 운명이 걸렸을 때 의외의 책임감을 발휘하여 구성원 모두의 찬사를 받는 경우가 있다.

내가 바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은 전형적인 모범생 여학생 출신 일벌레다. 본인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상이나 지식,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업무들과 그렇지 않은 업무에 대처하는 방식이 너무 다르다. 먼 계획을 가지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 사상적으로 사람들을 아우르는 리더쉽, 본인이 관심있어 하는 분야에 대한 적극성과 추진력은 뛰어나다. 그리고 모든 업무를 '시스템'에 의해 민주적으로 처리하기를 바라는 것 같이 보인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여 스스로 업무를 추진하고, 자신은 그 보고를 받아 방향성만 제시하기를 바라는.. 그러하기에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까지 얻으며 당을 이끌었고, 대통령까지 당선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더군다나 그 위기의 종류가 자신이 관심이 없거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분야인 경우.. 박근혜 호는 방향성을 잃고 난파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들은 군대에서 워낙 어이없는 '긴급수명사항'을 받아오며 면역이 생겨서인지, 세월호나 메르스와 같은 불똥이 떨어지면 급한 불을 끄느라 없는 전문성도 공부해가며 리더쉽을 발휘하는 반면 박근혜 정부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민주적인 전문성을 너무 신뢰해서인지, 도무지 '급한 감'이 없다. 박근혜는 자기가 모르는 분야의 문제, 예컨대 해양사고나 전염병과 같은 의학적인 상황에서 전문가 집단의 양심과 자발적인 업무 몰입을 너무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리더가 사안의 경중과 위기의식에 대해 하부 조직에 인위적인 위기감을 심어주어 개개인의 능력치의 200%라도 이끌어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수시로 특별 보고를 지시하고, 회의를 주재하고, 언론 플레이를 하여 국민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임과 동시에 해당 업무 담당자들의 긴장도를 높여야만 한다.

하지만 박근혜는 자기가 소신있게 추진해오던 여러 국책과제, 외교문제, 특히나 '자본주의 경제' 살리기에 너무나 몰입되어 국민 전체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여러 사안에 대해 정작 본인이 긴장감을 가지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금 정책 전문가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앉혀놓고도 '너는 왜 니가 맡은 업무를 제대로 못하는 거냐! 보건복지부 장관이면 대책을 내놓아야 될 거 아니냐!'고 호통만 쳐댔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상명하달식 군대 조직 문화가 타파해야할 후진국형 문화임엔 틀림없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이를 역이용하는 지혜 또한 리더로서 필요하다. 아랫사람들은 위에서 얼마나 쪼아대느냐에 따라 움직인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올바른 국가관을 가지고 국민들을 따뜻하게 아우르며, 때론 강경하게 외교문제에 대응하고, 여러 가지 사안을 동시에 멀티로 챙기는 여자 대통령의 능력은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매우 필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위기 대응 능력 또한 한 국가 원수로서 꼭 갖추어야할 덕목이다. 박근혜는 남은 임기 동안 소위 '애들 다루는 법'을 좀 더 체감하길 바란다.


덧글

  • 알토리아 2015/06/07 23:38 #

    제가 판단했던 박근혜 정부의 문제보다 이 쪽이 더 정확하게 문제를 짚어낸 것 같습니다. 새겨들을 만한 글입니다.
  • 도르래 2015/06/08 00:36 #

    글이 주요 내용과는 부차적인 지적일 수 있겠지만, 자칫 남성들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너무 일반화시킨 것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남자들이 군대 문화에 익숙한건 맞지만, 시스템을 무시하지 않는 남자분들도 많거든요. 뭐 제가 직장에서 만난 많은 여자분들이 자기 일에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았던게 너무 많아서 '계획적이고 치밀한 업무'에 더 몰입도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는(대체로 계획적이고 치밀한 업무일수록 더 무책임한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죠) 글 내용에 전혀 공감하기 어렵지만, 그렇게 제가 주장하게 되면 이 글의 오류와 동일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 되므로 더 주장하진 않겠습니다.
  • 곧은머리결 2015/06/08 09:06 #

    글의 논지가 남녀대결을 조장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기에,
    모든 남자의 특성, 모든 여자의 특성을 적은 것이 아니구요
    일 좀 한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저런 점들을 갖고 있는 남자 혹은 여자들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채널 2nd™ 2015/06/08 02:14 #

    한가지 확실해진 것은 -- 여자라서 대통령으로 뽑히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합니다. (뭐, 개인적으로도 다음에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부패'를 해도 남자들보다는 훨~ 더 적잖여..?) ;;;
  • 곧은머리결 2015/06/08 09:07 #

    총리나 부통령으로는 여자들이 일을 제법 잘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 잠꾸러기 2015/06/08 09:35 #

    선거류의 정치는 잘할지 몰라도 국정운영이란 부분은 능력이 없는 것일수 있죠. 시장,도지사,장관 등의 경험은 거의 없었습니다.
  • 곧은머리결 2015/06/08 11:47 #

    저는 다른 건 몰라도 박근혜가 가장 강하게 추진하고자 했던 것이 '통일'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본인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시대적 사명도 있었던 것 같구요.
    헌데 일련의 사태로 말미암아 통일에 대한 당위성이 거의 사라져버리고 말았지요..
    정치인 박근혜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박근헤 아니면 어렵고, 정치적 능력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 바로 통일이었는데
    그게 물거품이 되어버려 가장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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