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이상한 점을 굳이 이해해주면서까지 이 관계를 유지해야 하나 곧은머리결의 생각

어제 친구와 통화하다가 이런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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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얼마전에 A랑 연락이 되었는데, 우리 A랑 셋이 같이 한번 만나자.

B : 나, A랑 안만나

나 : 왜?

B : A랑 만나면 좀 불편한 점이 있어

나 : ... 왠지 그 불편한 점이 뭔지 알 것 같아. 내가 느낀 그 불편한 점이 맞다면 같이 만나는 게 싫을 수도 있겠다. ㅋㅋ
    근데 뭐 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걔도 답답하니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거 같아.

B : 그건 그런데, 이 나이 되니까 굳이 타인의 입장까지 이해해주면서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진 않아. 그냥 끊고 편히 살래.

나 : 어 마저마저. 나이 먹을 수록 다른 사람 이해해주면 나만 피곤하고 괴롭지. 
     나도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그렇게 이 사람은 이래서 이상하고 저 사람은 이래서 이상하니까 끊어야겠다라고 생각하다보니까 내 주위에 아무도 안남게 될 것 같더라구. 그래서 그냥 이해하기로 했어.

B : 어 마저. 내가 편해지긴 하는데 단점이 혼자 남는다는 거더라구 ㅋㅋㅋ

나 : ㅋㅋㅋㅋ 모든 사람이 조금씩 다 이상한 게 있더라구. 난 혼자 되기 싫어서 걍 내가 이해해 ㅋㅋㅋ

B : 넌 참 속도 좋다 ㅋㅋ 난 걍 혼자 살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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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이해하고 참아내면 내 속이 타고, 불편하고 귀찮다.
그런데 그 불편함을 못참으면 난 혼자가 된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마다 조금씩 나와 안맞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장 잘 맞는 축에 속한다고 착각해서 결혼까지 해서 사는 사람과도 안 맞는 것 투성이인데.

그래서 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적당히'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인데, 이 또한 피상적이 되어버리고 또 상대의 편의에 의해 내가 끊겨나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불안정한 인간관계다.

진실된 인간관계를 가지고자 한다면 내 '진심'을 담는 수 밖에 없는데, 진심을 담아주는 쪽이 언제나 손해가 난다.

중고등학교때 우연히 한 반에 있었다는 이유로 친구가 되서 거의 평생을 이어가는 친구관계.
나에게도 20년이 된 친구들이 몇 있는데, 돌이켜보면 나와 환상의 짝꿍이어서가 아니라 우연히 같은 반에 배치되었다는 그 사실 하나밖에 없는데..심지어 비슷한 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친해질 수 밖에 없었던이 우리 관계의 본질.

얘들하고도 그렇게 쿵짝이 잘 맞는 것도 아니다.
환경차이가 엄청 나기도 하고. 하지만 그냥 서로 참는 것 같다. 참는다기보단 이해하는 것 같다.
얜 내 친구니까 얘 이런거 그냥 안다고 치고 가족처럼 넘어가는 거다.

가끔은 걔들의 어떤 싫은 점에 욱할 때가 있어서 일정기간 멀리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또 언제그랬냐는 듯 뻔뻔하게 예전 관계로 돌아간다.

성인이 되어 만나는 사람들에게 중고딩친구만큼의 이해와 관용을 바라긴 어렵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만난 사람들은 내 생활환경주위에 있다. 멀리할래야 멀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난 어리석지만 진심을 주는 쪽을 택했다.
가끔은 상처 받아서 몇일 연락을 끊더라도, 혼자 고립되기는 싫고 무섭다.

또 나름 나 같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그 미지의 기회를 잡기 위해, 난 진심을 준다.



덧글

  • 2015/10/31 09:4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0/31 12: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곰돌군 2015/10/31 10:00 #

    좋은 내용이긴 한데 인문 사회나 일상 쪽으로 옮겨 보심이.
  • 곧은머리결 2015/10/31 12:25 #

    일상밸리로 체크했는데 제 블로그 내부 카테고리 변경하면서 다시 뉴비밸로 자동변경된걸 모르고 그대로 발행해버렸습니다 ㅠㅠ
  • 유월 2015/10/31 21:40 #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비슷한 생각을 할 확률이 꽤 된다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죠.
  • 곧은머리결 2015/11/02 09:30 #

    맞아요. 내 자신에게도 이상한 점들이 있으니 연락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것이겠죠 ㅋㅋ

    나 자신도 이상하면서 타인의 이상한 점을 이해못하겠다고 툴툴대는 내모습이 속좁아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나라도 마음을 열고 살자고 생각했답니다 ㅋㅋ;
  • santalinus 2015/11/23 01:00 #

    저는....그냥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면서 살기로 결심한지 꽤 되었습니다. 삶의 퀄리티가 달라지더군요.ㅋㅋㅋㅋㅋㅋ
  • 곧은머리결 2015/11/25 16:25 #

    걍 나 좋은대로 살자!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ㅎㅎ
    저도 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거에 지나지 않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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